2009년 5월 11일 월요일

어제의 공연


어제는 배다리 문화축전 폐막공연에서 불길한 저음이 스트레칭 져니, 뇌태풍과 함께 공연을 했다. 스페이스 빔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는데, 좋은 기회로 공연에 참가하게 되어 기분이 좋다. 스페이스 빔이 위치하고 있는 배다리는 지금 산업도로로 문제를 겪고 있다. 예전 인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가난하지만 사람과 사람들이 정답게 살고 있는 배다리 가운데로 산업도로가 지나간다니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 동의하고 있어서 공연을 기획하고 참가하는데 기꺼이 참가했다. 뇌태풍과는 키보드 세헌씨와 여기저기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알고보니 인천쪽에 연계가 있으셔서 같이 공연을 하게 되었다. 스트레칭 져니는 서교지하보도에서도 공연을 자주 했었고, 배다리에서 연주하면 어떨까 싶어서 같이 공연하게 되었다. 사실 불길한 저음은 서교지하보도를 제외하면 지상(말 그대로 거리)에서의 거리 공연이 없었던 차라, 한번 시도하면 어떨까 라는 면에서 시도하게 되었다. 이 세팀의 기묘한 조합이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뇌태풍의 음악이 사람들을 들뜨게 하고, 스트레칭 져니의 음악이 한껏 달아오르게 한 다음에 등장한 불길한 저음이 그야말로 차려진 밥상을 받은 느낌이다. (이날 멀 걸음 해준 뇌태풍과 스트레칭 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 이날의 불길한 저음의 음악이 홍대에서 연주되었을때의 폐쇄적인 환경에서의 연주에서 사람들에게 느끼는 불편함(그리고 관객이 표현하는 불쾌함)과 달리, 배다리에서 열린 공간에서 연주된 불길한 저음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굿_ 제의로써 받아들여진것 같다. 주민들도 굉장히 들떠서 나중에는 배다리 헌책방 서점의 아주머니도 같이 드럼을 연주하시기도 하셨다.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불길한 저음이 노이즈 음악이긴 하지만, 가끔은 과격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는 연주자의 움직임들이 커서 우스워보일수도 있는 면도 있고, 유머러스한 면도 충분히 있는데, 받아들이는 (평소에 우리가 만나는) 청중들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어제의 관객들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불길한 저음으로 활동하기 전에, 개인적인 프로젝트였던 The Flicker Begins의 4인조 포맷(홍철기, 김곡, 박승준, 최준용)으로 첫 공연은 지금은 사라진 펑크락 클럽 스컹크헬에서 있었는데, 그 공연도 정말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연주를 시작하자, 그곳의 관객들이 슬램을 하고, 마이크를 잡고 소리를 치고, 호응을 해주었다. 사실 이런 반응들을 원한다. 재고 눈치보고 생각하는 반응들이 아니라, 원초적으로 다가올수 있는 반응들. 어제의 공연은 그것을 느끼게 해준 공연이며,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그러나 공연이 끝나고 손은 다 까졌고, 엄지엔 피멍이..

위의 사진은 존 던버 씨가 찍은것이다. 그의 사이트는 http://daehanmindecline.com/ 이다. 남한에서 일어난 하드코어/ 펑크락 공연을 지속적으로 기록해왔다. 한편으로 그는 남한의 뉴타운이나 재개발,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폐허가 된 곳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작년 스페이스 빔에서 네버라잇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에게 제안했던 프로젝트가 인연이 되어 올해 스페이스 빔 지원작가로 6월 6일부터 '폐허 사진전'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사진전시가 있을 예정이다. 6월 6일에도 불길한 저음을 포함한 거친 사운드를 가진 밴드들이 오프닝으로 스페이스 빔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관심 있다면 모두들 찾아와주시면 좋겠다. 흔하지 않은 기회이다.

이날 공연 사진과 배다리 도시축전의 사진들을 더 보고 싶다면 http://www.daehanmindecline.com/archive/20090510a.html
http://www.daehanmindecline.com/archive/20090510b.html
http://www.daehanmindecline.com/archive/20090510c.html
http://www.daehanmindecline.com/archive/20090510d.html

다시 한번 같이 고생한 뇌태풍, 스트레칭 져니, 불길한 저음의 멤버들, 스페이스 빔, 배다리 주민 여러분, 존 던버 등등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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